내 인생 치킨집은 서오릉에 있는 신호등장작구이다. 찹쌀과 온갖 재료로 속을 채우고 참나무 장작으로 구워 기름은 쏙 빠지고 속은 촉촉 겉은 바삭한 요 치킨을 한번 먹고 나면 더 이상 다른 치킨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집에 화덕도 없고 참나무 장작불도 피울 수 없지만 에어프라이어로 비슷하게나마 만들 수는 있다. 손질된 닭을 우유에 담궈 비린내를 제거한다. 필수는 아님. 인류는 인삼초음파세척기를 발명해놓고 그간 안경세척기로만 썼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찹쌀과 흑미는 6시간 이상 불려야 설익지 않는다. 닭 속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마늘 인삼 잣 대추 은행을 함께 넣고, 날개가 걸리거나 내용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명주실로 묶어 150도에서 1시간 40분 돌리면 완성이다. 쌀과 물을 1:2 비율로 전자..
그간 사용하던 필립스 에어프라이어 바스켓에서 불소 수지 코팅이 벗겨지는가 싶더니 급기야 너덜거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PFOA PFOS 등 환경호르몬 용출이 걱정스러운데 이 상태로 계속 쓰다가 혹시 부녀가 모자로 바뀌는 건 아닐까? 바스켓만 바꾸려다 필립스 소모품 가격에 몸서리를 치고 돈을 보태 새 에어프라이어를 들였다. 태양 흑점과 지구 자기장의 변화, 조수 간만의 차, 철새의 이동 경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낙점한 모델은 이름도 생소한 422라는 회사의 AF13L이다. 위생적이고 환경 호르몬 걱정 없는 올 스테인리스 재질, 미려한 디자인, 로티세리 기능, 다양한 액세사리 제공 등이 장점이고 큼직한 디스플레이와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한 다이얼 버튼을 갖췄다. 공식 온라인 쇼핑몰과 네이버 카페는 있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결성된 Tank & the Bangas라는 밴드의 문제작 Quick을 소개한다. 특유의 주술적 분위기와 카리스마로 밴드를 이끄는 천재 여성 보컬 Tarriona Tank Ball은 천년 전에 태어났으면 최소한 마녀 되시겠다. 완벽에 가까운 수준 높은 연주로 펑크 소울 블루스 락 재즈 힙합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리듯 무대를 폭발시키고야 마는데, 이들의 음악을 온전하게 글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직접 보고 듣는 수밖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어우야 이게 다 뭐야?' 싶은 생각이 들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일단 2분 30초까지만 들어보자. 그 뒤부터는 알아서 정주행하게 될 것을 보장한다.
포스트모던 쥬크박스는 잘 알려진 곡들을 흘러간 옛 노래 형식으로 발표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재즈 스윙 블루스 트위스트 가스펠 등 닥치는 대로 바꿔 부르는데, 장난스럽지만 음악 완성도가 어마무시하고 예술적 영감이 가득해 빠져들게 된다. 비를 곁들여 감상해도 좋다. 1950년대식으로 부른 My heart will go on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 하나를 소개한다. Imagine the ship sinking and this song sounding. 상상해보라. 배가 가라앉는 중이고 이 곡이 울려퍼진다. /(- o-)\ 1920년대 핫 재즈 형식으로 부른 Abba의 Dancing queen 공연 내내 우거지상을 하고 앉아있는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인을 주목하자. Police의 Every breath you..
IGUDESMAN & JOO는 한마디로 클래식과 개그를 넘나드는 꼴통 듀오로, IGUDESMAN은 바이올린을 JOO(한국계 영국인으로 본명은 주형기)는 피아노를 담당한다. 자유분방하기 그지 없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함이 가득한데, 알고 보면 영국왕립음악학교를 나온 실력가들로 공부를 너무 많이 하다 맛이 간 모범생 같기도 하다. 시종일관 유쾌한 감동과 함께 드문드문 전위적인 면모로 관객을 매료시키는 이들의 공연을 감상해보자. 라흐마니노프는 손이 커요. 모짜르트 본드 Do you believe in grav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