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두 달 만에 도착한 국제 우편물 우크라이나에서 산 넘고 물 건너 서울 신당동까지 왔다. 가지런히 붙은 우표가 정겹다. 70~80년대에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구 소련제 방독면으로 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하던 것과 동일 모델이다. 곳곳에 묻어있는 파우더를 중성세제로 닦고 꼼꼼히 살펴본다. 가스 마스크, 필터, 수납 가방, 김서림 방지 시트통으로 구성되며, 정화통의 사양은 NBC(핵, 생물무기, 화학무기) 방호기능을 2시간 유지하도록 되어있는데, 유효 수명 10년이 한참 지났지만 우리 집은 화재 발생 시 1분 내로 대피가 가능한 구조라 큰 무리는 없겠다. 이베이나 아마존닷컴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새 정화통을 구할 수도 있다.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에 노출되면 15초 만에 정신을 잃고 몇 분 만에 사망에 이..
요즘은 미시령 터널을 통과해 동해로 직행하지만 과거에는 굽이굽이 이어진 비탈길을 어지럽게 돌아 설악산을 넘었다. 한계령을 넘으면 양양, 진부령을 넘으면 고성, 미시령을 넘으면 속초가 나온다.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달려 동홍천 IC - 인제 - 원통 - 용대리를 거쳐 미시령 터널 진입하기 직전 우측으로 빠지면, 외설악을 차로 넘는 옛길로 이어진다. 휴게소 터가 남아 있는데 인파로 붐비던 그 모습은 사라졌지만, 속초 시내와 바다, 설악산이 내려다 보이는 멋진 경관은 그대로다. 해 뜨기 10분 전 온도계가 7도를 가리키지만 거센 바람에 체감 온도는 한참 낮다. 요럴 줄 알고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왔는데, 컵라면 호호 불어 가며 부띠끄하게(응?) 일출을 감상하고자 했으나, 하필 수평선 위로 구름이 잔뜩 껴..
냉면으로 유명한 오장동 골목이 걸어서 10분 거리다. 금세기 초부터 흥남집을 즐겨 찾았는데 야금야금 올라 이제는 한 그릇에 11,000원이나 하니 직접 만들어 먹는 수 밖에 ~ __~ 냉면육수 농축액(40인분)을 인터넷에서 10,900원에 살 수 있다. 물과 희석해 그릇에 담고 냉동실 맨 윗칸에서 미리 살얼음으로 얼려둔다. 겨잣가루는 물에 개어 놓아야 톡 쏘는 매운맛이 살아난다. 깨도 갈아 넣으면 더 고소하다. 고명으로 얇게 저민 오이와 초절임무, 삶은 계란, 편육을 준비한다.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 삼겹살 수육도 좋다. 냉동 포장된 면 10인분(2kg)은 식자재 마트에서 4,300원에 판다. 해동된 상태로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면 상하지 않고 제법 오래간다. 삶아 나온 면을 흐르는 물에 후다닥..
더블 블랙 다이아몬드 사의 패커블 다운 담요(Packable Down Throw)는 경량 패딩 한 벌에 필적하는 700 필 파워 다운(솜털 80%, 깃털 20%)이 충진되어 있고, 펼치면 152 * 177cm로 성인이 편안하게 덮고 잘 수 있다. 사진은 1/4 크기로 접어놓은 상태인데, 함께 제공되는 파우치에 넣으면 캠핑용 베개 크기로 작아져 수납성이 좋다. 450g 이소 가스통과 크기를 비교하면 이렇다. 코스트코에서 700 필 파워 다운 담요를 2만 원 대에 팔길래 2개를 집어왔다가, 집에서 한번 덮어보고 다시 방문해 3개를 더 사 왔다. 워낙 가벼워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아 딸내미가 말하길 '신문지 덮고 자는 기분'이란다. 경량 패딩처럼 의외로 따뜻해서 침낭 대신 덮고 잘 때가 많다. 3계절용으로 사용..
나는야 지구별에서 손꼽히는 화초 파괴왕. 화려한 학살의 경험 중에는 키우기 쉽다는 다육이는 물론이고 선인장을 말려 죽인 적도 있다. 아니 익사시켰던가? 허브와 바실 화분으로 구성된 옥상 텃밭을 가꾸게 되었다. 이번엔 꽤 공을 들인다. 끼니를 거를지언정 화초 물때는 놓치지 않으리. 첫 수확의 기쁨과 가련한 마음이 겹쳐지는 바실은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어야겠어. (의식의 흐름 기법) 줄기 아니면 잎이니까 이렇게 다듬으면 되는 거겠지. 로씨야 잡화점에서 사온 바게트 빵도 슥슥 자르고 속에 넣을 재료들도 준비 완료. 제법 그림이 나온다. 단호박 퓌레를 베이스로 바르고 얇게 저민 치즈와 스팸, 바실 잎을 가지런히 놓는다. 머스터드소스와 케첩으로 마무리하면 내 생애 첫 샌드위치 완성 빵을 두껍게 썬 감이 있는데 재료..
1944년 영국 중부의 공업 도시인 쉐필드에서 태어나 가스 회사에서 소년 노동자로 일하던 조 코커(Joe Cocker)는 우연한 기회에 레이 찰스(Ray Charles)를 만나 가수의 꿈을 키우게 되고, 만 15세가 되던 1959년 캐버리어스(Cavaliers)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음악에 전념하기 시작한다. 1969년 비틀즈의 'With a litte help from my friend'을 특유의 거칠고 자유분방한 목소리로 재해석해 부른 싱글 음반이 대중으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키며 대스타의 반열에 오른다. 명성에 힘입어 어마무시한 규모의 빅 밴드를 결성해 순회공연을 했는데, 한 번에 40명이 무대에 올라가기도 했다. 공연은 대성공이었지만 먹여 살릴 식솔이 워낙 많은 탓에 정작 남은 것은 없었단다. 세월은..
3.6 x 3.6 미터 규격의 휴양림 데크에 DOD 파이어 베이스 텐트를 올릴 수 있을까? 도면을 그려 겹쳐 보니 데크에 그라운드시트만 겨우 올라간다. 텐트가 그라운드시트보다 크기 때문에 폴대를 포함해 텐트 구조물 일부가 데크 밖으로 돌출되겠구나. ㄷ자 모양의 펜스만 없었어도 좋았을 텐데 2% 부족한 위기 상황 ~ __~ 붉은 원으로 표시한 꼭짓점 3개가 문제인데, 튀어나온 부분은 지지대를 세워 어떻게든 해결하기로 하고 각목을 챙겨 청태산 휴양림으로 출발했다. 실패할 것에 대비해 플랜 B로 여분의 텐트와 타프(MSR 파파허바 + 갤럭시 윙 타프)도 가져 갔다. 레이저 측정기로 데크를 재어보니 3.6 x 3.6 아니고 3.6 x 4.2 미터로 홈페이지 상의 재원보다 크다. 오옷 이런 횡재가 있나? 그럼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