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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횡성군과 평창군 경계에 해발 1200m의 청태산이 있다. 태조 이성계가 강릉을 가다가 횡성군 둔내면 삽교리를 지나게 되었는데, 아름다운 산세에 반하고 큰 바위에 놀라 청태산(靑太山)이라고 명명해 지금에 이른다.

아름드리 잣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선 숲속에 조성된 캠핑장은 캠퍼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이다. 선착순 + 추첨제로 운영되는데 경쟁이 치열해, 예약에 성공하려면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한다.

가로 세로 3.6m 규격의 아담한 데크를 제공해 큰 텐트는 설치할 수 없다. 갤럭시 윙 타프 아래에 주방을 차리고, MSR 파파허바를 침실로 설정하는 한편, 데크 왼쪽 자투리땅에는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프로젝터와 스크린으로 간이 극장을 꾸몄다.

전기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럴 때 파워뱅크가 요긴하다.

적막한 자연휴양림에서 영화를 보기가 조심스럽다. 이웃집 자리에서 스피커 소리가 들리는지 점검하고, 민폐가 되지 않도록 볼륨을 최대한 줄였다. 심지어 무성영화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둔내면에서 소고기 갈비살을 사왔다. 한우는 마이 비싸서 수입산으로 낙점

수정 불판 위에 올리고, 마늘 감자 양파 고추 토마토와 함께 구워 먹으면 어우~

로씨야 잡화점에서 구입한 빵 + 커피 

논현동 <모토>의 오너쉐프인 봉수가 먹거리를 바리바리 싸들고 깜짝 방문했다. 뼈와 살이 타는 의문의 밤

8월의 청태산은 시원하다 못해 춥다. 울창한 나무숲 덕분에 대낮에도 햇볕이 거의 들지 않고 긴 팔을 입은 사람도 쉽게 마주치고, 밤에는 핫팩이 있어야 뒤척이지 않고 잘 수 있다. 아침 8시 30분에 태연하게 17.7도를 찍는 온도계 수치는 차라리 비현실적이다. 도시 생활에 지치고 더위에 쓰러진 자, 오리털 이불을 들고 청태산으로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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