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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3년 전 일입니다. 누워있다 일어나는데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 '어이구' 하면서 쓰러졌어요. 일상에서 경험하는 어지러움이 아니라, 마치 거인에게 잡혀 최고 속도로 돌아가는 커다란 세탁기 탈수 코스에 던져지는 느낌이죠. 이 미친 회전감은 사람에 따라 수 초에서 1분 이하로 경험하게 되는데 저는 10초 정도였어요. 

극심한 어지럼증은 첫 증상이 나타나고 하루에 몇 번씩 발작적으로 찾아옵니다. 일단 시작되면 눈을 감고 이를 악물며 끝나기를 기다리는데 그 짧은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길게 느껴지고, 멀쩡하던 컨디션이 순식간에 무너져 심지어 구토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루에 3~4번 이상 증상을 경험하면 멘붕에 빠집니다. 하루 종일 배멀미에 시달리는 셈이고 언제 어디서 쓰러질지 모르니 불안 + 무력감을 느껴요. 들 보기엔 멀쩡하다 갑자기 쓰러지는데, 본인은 십여 초동안 황천길 다녀오는 경험이죠. 혹시 옆에 이석증을 앓는 사람이 있으면, 쓰러질 때 옆에서 손을 잡아주거나 안아주세요. 그 짧은 시간이 무섭고 외롭습니다.

처음엔 원인을 모르다가, 자세를 크게 바꿀 때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정확히 말하면 머리죠. 이때부터 눕기도, 일어나기도, 테이블 밑에 떨어진 뭔가를 줍기도 무서워집니다.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다가 쓰러져 머리를 부딪히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머리도 서서 감게 됩니다. 머리를 최대한 천천히 슬로우 비디오로 움직이려 애쓰는데, 그래도 올 건 옵니다. - _- 운전 중에 사이드 미러를 확인하기 위해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는 정도는 괜찮지만, 전화기를 바닥에 떨어뜨려 줍는다면 큰일 날 수 있죠. 고 김주혁씨가 갑자기 차량 통제 능력을 상실하고 교통 사고로 사망한 원인이 혹시 이석증은 아니었을까 의심도 해봅니다.

미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이석증의 다른 이름은 '양성 자세 현훈' 또는 '양성 돌발성 자세 현훈증'인데요. 제가 경험하면서 얻은 정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습니다. 혹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해주시고, 이석증 증상이 의심되거나 고생하는 분이 계시면 이 게시물 링크를 소개해주세요.

 


이석증 또는 양성 돌발성 자세 현훈증(
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한 마디로 귀에 들어있는 '중력 센서' 고장입니다. 몸이 돌고 있지 않은데 센서는 '넌 마이 돌고 있다' 하고 신호를 보내는 병이에요. 생물 시간에 배운 우리 몸의 평형을 유지해주는 전정기관, 즉 세반고리반에 발생한 결석이 돌아다니며 센서를 교란해 유발되는 어지럼증입니다.

왜 생기나요?
속 시원하게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머리를 팍 때리거나, 스트레스, 과로, 노화, 감염 등이 원인일 수 있다 해요. 싱글대디라면 뭐 다 설명되죠. - _-

진단
이석증 환자는 문제가 있는 쪽으로 머리를 크게 움직이면 안구가 심하게 떨립니다. 그래서 이비인후과에 가면 의사가 머리에 힘 빼세요 하고 이리저리 굴리다가 멈추는데, 그때 안진(nytagmus, 안구가 가만히 있어도 떨려서 초점을 유지할 수 없는 증상)이 발생하면, '빙고, 이석증입니다' 하고 판정합니다.

치료
반고리관 안에서 둥둥 떠다니는 결석 입자를 원위치로 되돌리기 위해 에플리(Epley)법이나 바베큐법 등 물리치료를 실시합니다. 구슬 미로 장난감처럼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입자 위치를 옮기는 원리죠. 반고리반 3개 중 어디에 탈이 났는지에 따라 물리 치료법이 다릅니다. 아래 블로그 링크 내용을 참조하세요.
https://blog.naver.com/eejsung/220362553310

경과
당시 바쁘기도 하고 평소 병원 가는 것을 귀찮아 하고, 주사 맞는 것을 끔찍히 싫어해서 어영부영 몇일을 보내면서 주말이 되어 응급실 가기도 뭐한 상황이 되었죠. 여러 자료를 종합해 보니 이석증이 맞는 것 같아, 셀프로 에플리(Epley)법을 실시했었어요. 이 운동을 하면 바로 어지럼증이 나타나 아주 괴롭습니다. 세탁기 탈수통에 스스로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니 지독한 사람만이 스스로 할 수 있어요. 집에서 혼자 '으으으' 하면서 독하게 며칠 하니 증상이 점차 개선되더니 거의 사라졌죠. 월요일 이비인후과에 가서 그동안의 히스토리를 다 의사한테 이야기해줬더니 그냥 웃습니다. 

일주일간의 악몽은 그렇게 과거의 일이 되었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행히 재발하지 않았어요. 쥐 발에 소 잡은 셈으로 엉겁결에 나았지만, 제 사례를 일반화하는 것은 여러모로 무리가 있고, 극심한 어지럼증을 경험하면 당연히 병원을 찾으셔야 합니다. 쌩판 듣도 보도 못한 말도 안되는 어지럼증은 이석증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중력 센서 이상으로 고통받는 모든 분들에게 위로의 정과 동지적 연대를 보내며 글을 마칩니다. 전인권님이 부릅니다. 돌고 돌고 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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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ethar 보증수리기간 지난 물건처럼 슬슬 탈이 나기 시작합니다. 고생하셨네요.
    무사히 회복하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2019.06.11 01:15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macintoy.tistory.com macintoy 아이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지요? 한국에 오시면 연락주세요. 소주 한 공기에 밥 한 잔 하는 걸루요. :-) 2019.06.11 09:30 신고
  • 프로필사진 YB 천하의 맥토도 이제는 슬슬 맛이 가는가? 나도 몇 년 전에 고생 호되게 했는데 맥토도 겪누먼. 2019.06.14 11:55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macintoy.tistory.com macintoy 금강불괴로 가는 길이 이렇게 어렵습니다. 이석증을 앓으셨다니 동지적 연대의 정을 보내드려요. ㅠ _ ㅜ 2019.06.14 23:23 신고
  • 프로필사진 lagom cindy 그래도 지난 일 되었으니, 다시금 <돌고돌고돌고>에 세상 보는 시야가 흔들리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저도 경미하게 있었습니다만, 저는 나름 어어어~ 하며 호들갑떨다가 지나갔지만, 말씀따라 거기서 더 심해졌으면, 벽 짚고 병원으로 달려 가서 살려달라고 했겠지요? ^.~
    2019.06.17 10:13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macintoy.tistory.com macintoy 중력센서 이상으로 인한 파급효과는 대단했죠. 불과 10초 만에 신체 활력을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컨디션 지우개 같은 질병이었어요. ~ _~ 2019.07.06 20: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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