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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청옥산 육백마지기의 아침

macintoy 2018. 8. 2. 02:17

평창군 미탄면과 정선군 정선읍에 걸쳐 있는 청옥산의 정상은 해발 1,200미터 고지에 볍씨 육백 말을 뿌릴 수 있는 평원이 있다고 하여 '육백마지기'로 불린다. 이름 모를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굽이굽이 물 안개가 피어오르는 아침 풍광이 주는 감동은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올해 기록적인 폭염을 비웃듯 해가 지면 패딩을 찾아야 할 정도로 온도가 떨어져 여름에도 모기가 없다. 낮에는 햇볕을 피해 그늘로 자리를 옮기면 덥지 않아 피서지로 딱인데, 매점, 샤워실 등 편의시설은 물론 변변한 화장실조차 없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풍력발전기의 기둥 높이는 80m, 날개 높이는 40m로, 거대한 구조물이 낮게 드리운 구름에 걸쳐 회전하는 모습은 가히 초현실적이다. 13호기 부지에 간이화장실이 있는데 출입을 막아놓은 상태였고, 3호기 부지에 화장실 시설과 조경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 완공되면 새로운 캠핑 명소로 각광받는 동시에 날것의 자연을 품은 육백마지기의 매력도 위협받을 전망이다. 

풍력발전소가 늘어선 곳은 무시무시한 바람이 오가는 길목이다. 2박 3일 머무는 동안 가벼운 미풍이 불었지만, 언제든 텐트를 무너뜨리고 파괴하는 강풍으로 바뀔 수 있다. 돌풍에 밀려 텐트가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프레임을 로프로 고정하고 팩을 충분히 깊고 단단하게 박아야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육백마지기의 밤하늘은 신비스러웠고, 달무리와 빛내림은 황홀했다. 15년 만에 화성이 지구와 가장 가까이 접근하고, 여기에 개기월식까지 어우러지는 우주쇼를 보기 위해 밤을 꼬박 새웠으나 결정적인 순간 구름이 훼방을 놓아 허탕을 쳤다. 다음 화성 대접근은 2035년, 나는 64세 노인이 되어 있겠지.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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