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이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 상실감에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다. 악의적인 흑색 선전과 언플만 무성하고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의 실체는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갑자기 떠난 노회찬도 정의연 마포쉼터 손영미 소장도 악당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진짜 악당들은 양심의 가책 없이 거리를 활보하는데 엉뚱한 사람들이 집중포화를 맞거나 스스로 책임을 지고 죽어나간다. 양심의 짱돌은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 악당 대가리에 정조준해서 가장 나쁜 놈 순서대로 던질 일이다. 설령 박원순에게 무언가 잘못이 있다면 죽음으로 지워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권운동가이자 정치인으로서 치열하게 달려 온 천리길이 신기루가 되는 것도 아니다. 잘한 일도 못한 일도 그대로 역사 속에 새겨진다. 죗값을 치르지 않고 자살해..
어젯밤 주꾸미 잡으러 이마트 신선식품 코너에 출동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대신 참치회 두 팩을 낚아 왔다. 정상가는 한 팩에 19,800원인데 하이에나의 눈을 하고 참을성 있게 기다려 10,800원짜리 할인 택이 붙는 순간 카트에 담았다. 적게 쓰고 잘 살려면 이 방법이 좋다. 코로나 시대 집밥의 진화, 오늘은 참치 정식 편이다. 누룽지죽과 미소국, 꽁치조림, 새우, 계란찜, 명란 등을 곁들였다. 평소 만원 미만으로 꾸미는 행복한 식단을 추구하는데 1인당 만원을 살짝 넘겼지만 정찬인 것을 고려하면 이 정도는 괜찮겠지. 다들 어려운데 나만 이렇게 잘 지내도 되는지 몰라. 플라스틱 일회 용기째 먹자니 모양이 빠지고 그렇다고 폼 나는 접시에 그대로 옮기자니 일이 많은데, 이럴 땐 포장을 거꾸로 개봉해 접시를..
미션, 시네마 천국 등의 영화 음악 작곡자로 지구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엔니오 모리꼬네가 향년 93세로 우리 곁을 떠났다. 대중들에게 영화 음악인으로 알려졌지만 트럼펫 연주자이자 전위파 성향의 현대음악가이기도 했고, 2019년 이탈리아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은퇴할 때까지 왕성한 창작열로 협주곡, 오라토리오, 관현악, 실내악 등 셀 수 없는 음악을 남긴 위대한 작곡가였다. 작업실에 컴퓨터는 물론 피아노조차 없었는데 오직 머릿속으로 음악을 그리며 연필로 종이에 곡을 써내려갔다고 전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oag1Dfa1e_E 엔니오 모리꼬네의 몸은 우리 곁을 떠나지만 그가 남긴 아름다운 명곡들은 지구별에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나와 동시대에 있어주셔서 고마웠어요.
감염병 위험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키고 장기 불황에도 대응하려면 집밥이 최고다. 삶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 식단의 품질을 개선하고 품종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 양질의 식재료를 확보하는 것도 선결 과제다. 대형 마트 타임세일에 맞춰 우사인 볼트의 속도로 줄을 서 장어 3마리를 만원에 사 왔다. 이걸로 장어 정식을 차려야지. 우럭으로 지리를 끓여 먹고 남은 국물이 있어서 새우를 고명으로 띄우고 파를 썰어 넣어 재활용했다. 내친 김에 초밥도 만든다. 먹다가 장어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김으로 벨트를 채워 높은 수준의 안전등급을 달성했다. 장어는 먹기 좋게 잘라 양파와 얼갈이 배추(응?)를 깐 접시에 올리고, 반찬으로 김과 명란젓, 생강초절임, 무초절임을 곁들이면 완성이다. 이 시점에서 돌솥밥 욕심이 생기는구나...
우리나라의 음반 심의는 1968년 한국예술문화윤리위원회에서 시작했는데, 1975년 6월 대통령 긴급조치 9호로 강화되면서 온갖 말도 안 되는 트집으로 보물같은 음반들을 금지곡으로 묶던 시절이 있었다. 퀸의 라든가 앨리스 쿠퍼의 음반들, 양희은의 , 신중현의 , 김민기의 , 심지어 도 들으면 안 되는 '나쁜 노래'였다. 금지곡들은 검열당국의 눈을 피해 몰래 원판을 들여오거나 해적판으로 유통되었는데 이를 빽판이라고 불렀다. FM 라디오와 레코드방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던 시절, 금지된 명곡들을 숨어서라도 듣고 싶은 자유인들에게 빽판은 해방구와도 같았고, 유통의 메카를 자임했던 곳이 황학동 장안레코드다. 국민학생 때부터 매일 라디오를 끼고 살며 테이프와 LP판을 모아 애늙은이 소리를 듣던 유년시..
떡볶이는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조선 후기에 펴낸 에 궁중떡볶이가 처음 등장하는데, 쇠고기와 나물, 떡을 간장에 조린 고급 요리로 왕이나 양반들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현대적 의미의 떡볶이는 1953년 마복림씨가 신당동 살림집에서 빨간 고추장에 떡을 버무려 팔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고추장, 춘장을 섞은 소스에 쌀과 밀가루를 7:3으로 섞은 떡을 넣고 즉석에서 조리해 내오는 마복림식 떡볶이가 큰 인기를 끌면서 신당동 일대는 순례객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떡볶이 성지로 성장한다. 1996년 마복림 할머니가 순창고추장 CF에 나와 '아무도 몰라~ 며느리도 몰라' 카피로 공전의 히트를 치고 막내아들에 이어 며느리 가게까지 개업해 줄줄이 세를 불려나가자, 위기감을 느낀 건너편 가게 주인들이 연..
저녁을 먹고 창문을 바라보다가 딸내미와 동시에 '우와' 소리를 지르며 카메라를 들고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다. 하늘에서 우주쇼가 한참이다. 이웃집이 신비스럽고 거리 풍경은 그대로 윈도우즈 바탕화면에 벽지로 발라도 되겠다.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옛 애인들을 피해 북쪽으로 동현아 동현아 무작정 외쳤다. 노을을 보면 생각나는 이름을 불러보자. 동현아 = 동대문현대시티아울렛 (- ㅅ-)a 신당동 하늘을 떠난 노을이 카자흐스탄을 지나 지금쯤 아부다비 상공을 항해 날고 있겠구나. 붉게 물든 페르시아만을 바라보면서 누구는 턱을 괴고 상념에 잠기고 누구는 웃고 박수치고 좋아라 하겠지. 언젠가 내 시간이 다해 지구별을 떠날 때 그립지 않도록 틈틈이 하늘을 보겠어.
충무로와 을지로 골목에는 중구청 추산 5,400여 개의 인쇄업체들이 모여있고, 디자인, 원단, 출력, 제본, 재단, 톰슨 프레스, 라미네이팅, 실크 스크린, 접착, 디지털 인쇄, 레터 프레스, 레이저 가공 등 무려 15,000여 개의 관련 업체가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며 우리나라 인쇄문화산업의 중추를 담당한다. 서울시와 한국무형유산진흥센터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는 서울시 미래유산 보존사업에 충무로 인쇄골목이 선정되면서, 충무로를 상징하는 기획물을 제작할 4인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어쩌다' 참여했다. 이 게시물은 그에 대한 기록이다. 인쇄물 가장자리에는 재단선, 도련선, 맞춰찍기, 색상 막대, 페이지 정보 등을 담은 CMYK Printing mark가 인쇄된다. 이를 토대로 컬러를 맞추고 생산 공정을 진행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