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는 식재료 용기에 가장 이상적인 재질이다. 무엇이 들었는지 알아보기 쉽고, 화학적으로 안정되어 내용물과 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며, 쉽게 흠집이 생기지 않고 표면이 매끄러워 미생물이 증식하기 어렵고,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식재료, 음식, 물, 기름, 술, 음료, 양념에 이르기까지 모든 용기를 유리로 천하통일하면 좋겠지만 비용이 마이 든다. 오늘날 유리병은 생활 속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폐기물 중 하나이기도 한데, 소주병 맥주병 등을 빼면 세척 후 재활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분리수거 후 재처리 과정을 거친다 해도 비용과 탄소 발생을 수반하기에 환경에 부담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버려지는 공병을 살려 주방에 적용하면 지속가능한 미래를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 우선 적합성 테스트. 는 표면의 글자..
초에 밥을 더하면 초밥, 초밥에 회를 얹으면 생선초밥이다. 이때 사용되는 식초 양념을 초대리(스시즈, 寿司酢)라고 부른다. 일식 요리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초밥을 만들 수 있다. 초대리는 식초 7, 설탕 3, 소금 1 비율로 만든다. 전기압력밥솥 맨 위 고슬고슬한 밥과 초대리를 섞고 조물조물 뭉친다. 귀찮으면 식자재 마트나 인터넷에서 음식점 용량의 초대리를 사도 된다. 1.8리터에 7천원이니까 만수르 아니어도 살 수 있음. 일식집에서는 손으로 회와 함께 꽉 쥐어 내오지만, 꼭 그럴 필요 없다. 요렇게 도마에 가지런히 배열하고 생와사비를 바르고 회를 올리면 완성 과정은 수상했으나 결과는 찬란한 초밥이어라. 맛도 빠지지 않는다. 어서 와~ 야매 일식은 처음이쥐? (- ㅂ-)/
여기는 이마트 신선식품 코너 마감세일 현장, 15,800원짜리 모듬회를 할인해 8,800원에 파는 중이다. 이리 와. 우리 집에 가자. 부적절한 먹이 활동 사례. 편리하지만 샤방하지 않다. 앞으로는 이렇게 하시라. 뚜껑이 닫힌 상태로 살포시 뒤집는다. 밑판을 열고 조물거려 원하는 그릇 모양으로 만든다. 세로 비율의 접시에 담으려는 중 헙. 기합과 함께 뒤집는다. 젓가락을 잡고 하찮은 위조범 빙의 모드로 살살 모양을 잡으면 지라시 스타일의 모듬회로 둔갑. 나는야 야매 일식 창시자~ 냐하하
해마다 많은 요리책들이 출간되지만 대부분 레시피 모음집에 불과하다. 고기를 굽기 전에 팬을 180도까지 달구고, 문어는 5분간 삶고 10분간 실온에 두었다가 찬물에 넣으라면서도 정작 무슨 원리인지는 말해주지 않으니, 명 짧은 사람은 이유도 모르고 죽을 판이다. 재료의 속성과 조리법에 대한 이해 없이 기계적으로 따라 하는 요리는 재미없고, 맛과 영양도 보장할 수 없으며, 주방에서 여러 세월을 보내는 우리를 평생 낮은 단계의 주부로 머물게 한다. 능력자들에게 귀동냥을 하고, 웹을 뒤지고, 아까운 식재료를 태우거나 설 익혀 망치는 등 시행착오를 겪으며 감질나게 한 숟가락씩 원리를 깨우치게 되는데, 음식과 요리에 대한 수많은 궁금점들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종합 지침서는 없는 걸까? 는 저자 헤럴드 맥기가 지구별 ..
'집에서 맥반석 계란 만들기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그동안 개발 과정에서 깨지거나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는 문제점들이 발견되었는데, 원인을 규명하고 보완한 끝에 최종 시험을 마치고 실전 배치했으니 이제 어엿한 맥반석 계란 강국이다. 뜨거울 때 호호 불어 히말라야 소금과 통후추, 통깨를 배합해 찍어 먹으면 몸서리치게 맛있다. 준비물 압력솥 물 250mL 다시마 2~3장 (너구리 라면 기준) 소금 2 스푼 식초 100mL (또는 2배 식초 50mL) 월계수 한 잎 계란 14개 방법 - 계란을 씻는다. 닭 응가가 남아 있으면 표면의 미세 기공을 통해 내부로 침투하니 알아서 깨끗이~ - 세척을 마친 계란은 상온에 반나절 보관해야 급격한 온도 변화로 터지지 않는다. 아주 중요함. 밑줄 쫙 - 압력솥에 물 250m..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절친, 이모씨 아드님 모종태군(실명을 공개하지 않는다)이 안양에 산다. 고 1 때부터 무려 33년 지기인데, 이 녀석이 이른바 간 큰 남자의 최고봉이다. 함께 부어라 마셔라 이야기꽃을 피우다 자정을 넘기면, 한 잔만 더 하자며 기어이 집으로 끌고 가는데, 헤어지기도 섭섭하거니와 대리운전비나 택시비를 아껴주려는 속내를 내가 다 안다. 동네 어귀까지 어깨 걸고 노래를 부르다 대문 앞에 도달하면 멀쩡한 번호키를 두고 동네가 떠나가도록 '인숙아~ 인숙아~' 외치는데, 늦은 시간에 아내가 소리를 듣고 일어나 문을 열어준다. 나는 사색이 되어 손사래를 치지만, 본인은 얼마나 흐뭇해하는지 십수 년을 말려도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종태가 인숙씨를 고 2 때 만났으니, 친구의 아내 역시 내 오랜 벗으..
요리는 삶의 질을 담보하는 행복한 노동이자, 저렴한 식재료를 값진 끼니로 변환하는 낮은 수준의 연금술이다. 지난 세기만 해도 고기 뒤집고 라면이나 끓일 줄 알았으나 세월은 상남자를 주부로 만들었고, 들꽃과 갈대가 피어난 강변에 집을 짓고 큰 사람을 향해 나아간다. 약간의 호연지기와 과도한 먹부림을 통해 어느 누구든 '큰 사람'이 될 수 있다. 버터를 두른 팬에 센 불로 연어를 굽고 미리 만들어 간 초밥 위에 와사비와 연어를 올리고 파슬리와 후추를 뿌리면 연어 타다끼 초밥 완성~ 양파와 버섯을 넣고 볶아 만든 국적 불명의 요리. 양파, 타르타르 소스, 초절임무, 무순을 곁들여 먹는다. 저녁은 돼지 앞다리살을 넣어 비옥하게 끓인 묵은지 김치찌개로 니글거리는 속을 달랜다. 까나리 액젓과 무가 들어가야 맛있다...
이런저런 일로 발목이 잡혀 비밀 아지트에 도착한 시간은 해 질 무렵, 머리에 랜턴을 달고 집을 짓고 나니 깜깜한 밤이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다. 한번 거른 끼니는 평생 다시 찾아 먹을 수 없다는데 에잇~ 전날 밤 이마트 할인코너에서 연어+참치를 반값에 털어 왔다. 회는 아침, 초밥은 점심이야. 넌 저녁밥 쫄깃한 빨판만 모아서 잘라 먹으면 몸서리치게 맛있겠지? 주방장 특선이라며 웃고 손뼉 치고 좋아했으나, 볼수록 이상하고 옳지 않은 느낌 왔구나. 왔어. 환공포증 이번엔 망원렌즈를 챙겨왔다. 안구 정화를 위해 달을 봐야지. 별도 본다. 가운데 동작 그만~ 누구냐. 너 성운이 망극한 밤 --- 절취선 --- 아침 밤사이 서리가 내려 겨울왕국이 따로 없다. 텐트 안은 난로로 난방을 하고 천장에 서큘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