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예멘 난민을 배척하면서 이슬람교를 악마화하는 여론은 시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이만석 목사) 등 우리나라 기독교 일부 교단에서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대선을 3일 앞두고 보신각 앞에서 대한민국 축복성회를 열어 '반동성애, 반이슬람, 반공으로 임하는 하나님 나라'를 주장하며 북을 궤멸시키고 하나님 나라를 세우자고 기도하는가 하면, 공산주의 사회주의 이론을 따르는 사람들을 그리스도에게 복종시켜야 한다고 외쳤다.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나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끈 집단이다.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10755



한 손으로 이스라엘기를 들고 동성애자, 무슬림을 혐오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 박근혜 적폐 세력을 옹호하고, 왜곡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며 남북통일을 가로막고, 자한당에게는 맹종하고 미일 상전에게는 굽신거리는 일부 극우 기독교 종단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이들이 예멘 난민과 한국에 거주하는 무고한 무슬림에게 혐오의 탈을 씌워 공격하는 것은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다. 갈등과 분열의 골을 파고 세를 불리는 것은 종교인들을 보수우파부대로 양성해 촛불 대오를 분열시키고 판문점선언을 좌초시켜, 한반도 자주와 평화, 통일을 향해 달려가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어떻게든 세워 보려는 흉계다. 눈마다 혐오의 불을 켜고 반민 반역의 선봉에 선 이들에게서 맹목적 믿음과 적개심으로 가득 찬 대결 광기 외에 기독교적 사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의 본질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예수 팔이를 하는 종교계의 일베'다.


소멸해가는 적폐 세력들이 가짜뉴스를 뿌리고 세를 규합한 뒤 종교를 외피로 삼아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예멘인 혐오의 깃발 아래 반통일, 반평화, 반민의 깃발이 하나씩 추가될 것이다. 혐오 시위 대열에서 '문재인 정부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구호가 터져나올 텐데 '이게 다 노무현 탓이다'를 기획했던 자들이 벌이는 촛불 항쟁에 대한 반역이자 한반도 자주와 평화와 통일을 막는 반혁명의 신호탄이다. 미국에게 북 선제공격을 애걸하고 탄핵정국에서 친위쿠데타를 기원하고 국정교과서 왜곡에 찬성하고 이명박근혜를 비호한 세력이 집회를 주도하게 된다.


여성 혐오, 성소수자 혐오, 외국인 혐오, 장애인 혐오, 특정 종교 혐오는 모두 오해와 편견, 증오라는 뿌리를 둔 한 나무다. 세상의 그 누구도 피부색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박해받아서는 안 된다. 가볍게 혐오에 동참하는 순간 우리 모두 가해자가 된다. 나찌의 유대인 학살도, 미국의 KKK단도, 제주 4.3항쟁에서 죽창을 든 서북청년단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언젠가 그 증오가 한바퀴 돌아 우리 자신과 우리의 자녀를 향하게 될 것이다. 혐오는 그 자체로 폭력이며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대신 더 위험에 빠뜨리고 우리 자신을 이기적이고 비인간적인 존재로 전락시킨다. 


푸른 눈의 미국인이 영어로 길을 물어오면 쩔쩔매면서 알려주고, 식당이나 공장에서 땀 흘려 노동하는 중동이나 아시아 형제들에게는 우월감을 느끼며 하대한다. 돈 많은 만수르는 혐오가 아니라 동경의 대상이고,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두바이 호텔에서 단 하루라도 자보는 게 소원이면서, 동시에 무슬림은 혐오의 대상이란다. 이태원에 무슬림들이 수십 년째 모여 살지만 사고는 죄다 교회 다니는 미군이 친다. 이 땅 곳곳에 암덩어리처럼 퍼진 미군 기지를 따라 우리나라 여성들이 성 상품으로 소비되며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주한미군 케네스 마클 이병의 윤금이씨 살해사건을 떠올리면 아직도 잠을 이룰 수 없는데 이런 현실에는 눈 감고 귀 막으며 오직 예멘인 난민이 만악의 근원이라고 악을 쓴다.


나는 독실한 무신론자라 신이 없다고 믿지만, 난민을 안아주고 품지는 못할망정 혐오의 광장에 몰아세우고 돌을 던지는 예수의 모습을 상상도 못하겠다. 죽음을 피해 도망쳐 온 사람들이 집에서 애지중지하는 애완견이나 길고양이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담요 하나라도 가져다주고 빵 한 점이라도 나눌 고민을 해야지 쪽박을 깨서야 되겠는가? 사람이 되지 못할지언정 괴물은 되지 말자. 


"네 이웃을 사랑하라. 네 몸과 같이"


댓글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글 보관함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