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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발가벗고 때를 미는 곳이 목욕탕이다. 잠시나마 만인이 평등해지는 원초적인 공간에서 한 명은 예외인데, 바로 때밀이다. 모두가 때를 벗고 쉬기 위해 드나들지만, 때를 밀고 일하기 위해 머무는 존재, 그만이 빤스를 입고 있다. 벌고 벌어봐야 원금조차 갚지 못하는 고단한 삶, 빤스는 그를 지탱하는 유일한 힘이자 더 이상은 양보할 수 없는 방어선이다.
 
호스트바에서 일하기 위해 '물건'을 야매로 고쳤다가 부작용으로 영원히 빤스를 입어야 하는 양성기씨, 기능성 빤스를 팔기 위해 일부러 목욕탕을 드나드는 영업사원, 리베이트에 혹해 비싼 빤스를 구입한 때밀이, 빤스를 매개로 꼬리를 물고 전개되는 이야기는 탐욕에 눈이 먼 고리업자 서사장이 때밀이의 속옷을 입고 몰래 술을 먹다가 돌연 사망하고, 그의 속옷에서 발견된 음모가 증거물이 되어 때밀이가 범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으로 발전한다.
 
빤스를 벗으라는 경찰, 죽어도 빤스만은 벗을 수 없다는 때밀이.
살기 위해 사우나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경찰은 한증막 온도를 99도까지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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